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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전략 관련

가치창조경영 (Value Based Management) 사례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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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남 부사장
The Boston Consulting Group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마다 기업들은 허리를 졸라매고 감량경영과 구조조정에 몰두하게 마련이다. 더욱이 전반적인 세계경제 침체상황에서 기업은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불투명한 경제전망 속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접근으로 현재의 경제상황을 타개하고 경제의 회생을 도모할 수 있을까?
    
국내기업 소극적 비용절감에만 관심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통제와 지시 중심의 문화, 팀워크, 헌신적 업무태도, 신속한 업무처리 등을 통해 큰 효과를 얻어 왔지만 비대한 조직구조 만큼 생산성저하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해 왔음 또한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확고한 원칙 없이 사업확장에 힘을 써 왔다. 이렇게 사업확장에 주력하다 보니 자산, 자본, 인력 등의 생산요소의 효율성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었으며 전통적으로 경직된 기업 조직, 높은 물류 비용과 외부기술 의존도 등에 부딪혀 재무구조 문제까지 겹치게 되었다.

그러나, 국내외의 치열한 경쟁시장에 노출되어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수익성 개선 방안은 더욱더 치열해지는 시장환경과 경기침체에서의 시급한 당면 과제임에 틀림없다. 수익성 개선은 단기적 과제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 기업생존의 필수 과제이다. 한국 기업들은 수익성 개선이라는 전제 아래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왔고 자산과 자본 및 인력의 생산성 향상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현 한국기업들의 자구 노력을 보면 부동산 매각, 인원감축 등 단기적이고 소극적인 비용절감에만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경영자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익성 개선에 대한 여러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과감한 성장투자 통한 수익성 개선 사례

기업이 꾸준히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IBM, 휴렛 팩커드(Hewlett-Packerd), 컴팩(Compaq)에 이어 세계 4위를 달리고 있는 컴퓨터 제조업체인 Dell 컴퓨터는 지난 5년간 연평균 100%이상의 놀라운 주주가치 증가율을 기록한 우수기업으로 꼽힌다. 즉 주주들에게 100배에 가까운 이익을 환원한 셈이다. 한국 KOSPI기업의 동기간 주주가치 수익률이 평균 0.01%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 성과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컴퓨터가 창조한 부가가치의 절반이상은 투자 효율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증대시킴으로써 얻었다는 사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델 컴퓨터는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의 효율적인 관리와 더불어 온라인 주문생산으로 94년 32일이었던 재고 자산 보유 기간을 동종업계 최고수준인 평균 6일로 단축시켰다. 소매 체인 판매를 통한 경쟁 업체들이 평균 50일간의 재고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가격 변동이 심한 컴퓨터 관련 제품의 재고 위험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비용절감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해 델컴퓨터는 컴퓨터 업계에서 가장 빠른 재고회전율을 보유하게 되었다.
또한, 델 컴퓨터는 웹사이트를 이용한 직접 판매는 물론 부품 공급업체와 온라인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주문생산 방식에 적극적인 투자로 향후 전체 매출의 50%를 온라인에서 올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시장의 발 빠른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델 컴퓨터와 함께 세계 제4위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독일 SAP도 성장투자를 통해 매출을 급속히 향상시키면서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나가는데 성공했다. 특히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다음 순위의 경쟁 업체 5개사 시장점유율을 합친 것 보다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SAP의 성과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는 후발 경쟁업체의 도전으로 인한 주가하락과 성장둔화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결과에 있다.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응용력이 뛰어난 후발 소프트웨어 업체로부터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SAP의 주가는 98년 이후 하락했다. 그러나 SAP은 이러한 위기상황에서도 자사의 모든 R&D자원을 새로운 과제에 투입해 왔다. 그러면서 ERP이외에도 고객 인터페이스나 공급업체 통합 프로그램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투자로 인해 SAP은 급변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옥석 가린 후 지속적 선별투자 바람직

주가하락 등 어려운 경제 현실에서도 기업들의 공통된 숙제는 시장의 기대에 신속하고 올바르게 부응하면서 주주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바로 가치창조경영의 핵심이기도 하다.
델 컴퓨터와 SAP의 경우에서처럼 성장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적응노력은 경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기업들의 부단한 노력은 감량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기업에게 가치경영의 또 다른 방법론을 제시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치창조 경영이란 고정되고 정체된 것이 아닌 끊임없이 움직이는 역동적인 것이다. 기업이 단순히 현상유지하는데 급급해서는 기업의 가치향상이나 주주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감량경영이 단기적 해결방안 이라면 성장투자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나아갈 길임에 분명하다.

지난 몇 년간 구조조정을 통한 자산생산성 향상에 힘을 기울인 유럽 기업들에 비해 미국 기업들은 같은 기간동안 상대적으로 성장투자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왔고 생산성과 경쟁력면에서 유럽 기업들에 비해 우위를 차지한 것은 국내 기업들에게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

물론 그 기조에는 8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의 대기업들이 이미 구조조정이 완료된 것에 바탕을 둔 것이 사실이다. 즉, 미국 기업들은 이미 구조조정을 통한 일정정도의 수익성개선에 성공한 후 였다. 그러나 성장투자로 이를 극대화시키지 못했다면 미국 기업들의 경쟁우위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구조조정이 무조건적인 비용과 사업축소만을 의미하는 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초점은 ‘무조건적인 축소’가 아니라 불합리하고 저효율적인 부분에 분산되어있던 기업의 역량을 수익성이 높은 핵심 사업군에 재배치하는 ‘선별투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이 아니라면 기업이 도산되는 위기는 넘길지 몰라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국내 기업이 재탄생 되는 결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국내 기업들에게 옥석을 고를 줄 아는 안목과 수익성 높은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전자 사례

95년까지 삼성전자의 총매출에서 반도체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48%에 달했다. 한마디로 주력 분야인 반도체 가격의 폭락은 곧 바로 삼성전자 전체의 수익성 악화를 의미했다. 실제로 96년부터 반도체 현물가격은 75%까지 폭락하였다. 우려가 현실화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반도체 가격폭락으로 인한 경영악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가격변동이 심한 D램 부분에 대한 추가 투자를 자제하고 수익성이 낮은 소비재 제품을 중심으로 일단의 사업분야를 정리했다. 그 대신 향후 빠른 성장과 높은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이동통신단말기, 디스플레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이러한 결과로 96년 삼성전자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가전(50%), 반도체(40%)두 분야에 절대적으로 집중되어 있던 것이 99년에 이르러서는 가전 (28%), 반도체(35%), 이동통신 단말기(21%) 디스플레이(15%)를 중심으로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안정적으로 수익구조를 가져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향후 이동통신단말기와 디스플레이분야에 대한 시장 선점이 가능했다. 현재도 삼성전자가 TFT-LCD(액정표시박막장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분야에 대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이러한 선별투자를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차세대 핵심 사업군에 대한 선별투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자관련 계열사 더 나아가 삼성그룹 전체의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기록한 연평균 TSR 36%는 아시아 전체 기업 중에서도 11위에 해당하는 높은 것이고 CVA도 97년에 비해 열 배 이상 개선되었다. 자산생산성 측면에서도 96년부터 99년까지 삼성그룹의 비전자부분 계열사들의 자산생산성이 0.48에서 0.54로 큰 변동이 없는 반면, 삼성전자를 위시한 전자부분 관련 계열사들의 자산생산성은 0.75에서 1.35로 두 배 이상 개선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삼성그룹 전체 매출에서 전자부분 8개 계열사들의 비중이 절대적임을 감안한다면 삼성전자의 이러한 변화는 그룹전체의 자산생산성향상과 수익성 개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즉 삼성전자는 불필요한 사업부분에 대한 정리를 통해 전체 투자 규모는 줄이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차세대 핵심사업군에 대한 적극적 선별투자로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여 기록적인 2000년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가치 창출은 일과성 과제가 아니다. 2000년말 성과는 우수했으나 아직 지속적인 해결과제가 잇고 이는 올해의 성과에도 나타나고 있다.향후 운영초점사항은 크게 핵심 고수익 한계사업의 비중을 조정하는 수익성 관리와 총투자 관리로 미루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용어해설

다운사이징(Downsizing)
소형화를 뜻하는 말로 기업의 감량경영에 대한 통칭으로 쓰이는 말.

가치창조경영
주주들을 만족시키고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영으로 현재 모든 기업들의 공통된 과제이다.

자산생산성(Asset Productivity)
재고 시스템 구축, 운전자본 등의 개선, 하청업체를 통한 아웃소싱 확대 등 기업내부의 전반적인 공급사슬을 재정비하는 시도로 생산성확대에 그 목적이 있다.  

총주주가치수익율(TSR)
일정기간동안의 영업활동에 따른 주주의 가치 창출 평가지표, 기초시점의 총주식가치 대비 일정기간동안의 배당금 및 기말 시점의 총주식 가치의 함수로 계산

현금흐름투자수익(CFROI)
영업에 따른 현금흐름 대비 영업 활동에 투자된 총투자의 함수로 계산되는 수익성 평가 지표. 기업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영업성과에 의해서만 결정됨. 인플레이션, 실질 내용 연수 및 감가상각 누계액 등을 감안한 엄격한 기준의 수익성 지표임

부가적 현금가치(CVA)
영업 활동에 따른 금액기준의 실질적인 현금 부가가치, (CFROI - 자본비용) X 총투자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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